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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기록

해가 뜨기 전, 달이 지기 전의 이야기

by 도리분양사 2025. 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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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공기가 차다.

어제는 처음으로 에어컨의 차가운 바람 없이 잠을 청했다.

밤사이 서늘해진 기운에 잠든 채 무의식적으로 이불까지 끌어올렸으니,

 

확실하다.

 

소리 없이, 그렇게 가을이 오고 있다.

 

계절이 바뀌는 길목에서, 나를 깨우는 시간 또한 달라졌다.

요즘 들어 아침에 눈을 뜨는 시간이 유난히 빨라지고 있다.

나이를 먹어가는 증거일까, 아니면 마음의 근심이 깊어져서일까.

잠 못 이루는 밤들이 이어지는 대신, 여명이 채 가시기 전에 깨어나는 새벽이 익숙해졌다.

일어나자마자 숙소의 단출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어제 빨래를 하고 널어두었더니 좁디좁은 방이 더욱 좁아 보인다.

축축한 빨래들이 내뿜는 습기만큼이나, 이 공간이 주는 답답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괜찮다.

 

이곳에서의 여정이 끝나는 날까지,

나는 이 작은 방에서라도 묵묵히 잘 버텨낼 것이다.

어둠이 걷히기 시작한 시점의 하늘은 다른 날보다 더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었다.

해가 떠오르기 직전, 세상은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마치 세상의 모든 근심을 잊으라고, 보상을 주듯 눈부신 빛을 흩뿌리는 듯했다.

저 황금빛처럼, 나의 삶 또한 머지않아 빛으로 가득해지기를, 잠시 잊고 지냈던 희망을 다시금 끌어올려 본다.

간절한 마음으로 아침 기도를 마치고 밖을 보니,

해가 막 고개를 들었음에도 아직 환한 달이 하늘에 걸려 있었다.

 

해와 달이 공존하는 시간.

 

어둠과 빛이, 낮과 밤이 서로의 경계를 허물고 함께하는 그 순간은

신비롭고 벅찬 감동으로 다가왔다.

마치 지금의 내 삶처럼, 힘겨운 현실과 간절한 희망이 공존하는 것만 같았다.

출근을 해서 늘 해왔던 것처럼 모델하우스를 정돈하고, 길 건너편에 서서 현장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지난날의 불확실함은 이제 끝이다.

이 사진 한 장에 오늘의 다짐을 담아본다.

 

그래, 이제부터는 진짜 시작이다!

모델하우스 입구는 어제 새로 들여놓은 화분들 덕분에 한층 더 생기가 넘쳤다.

지난날의 아픈 기억을 뒤로하고,

새로운 생명력을 품은 화분들은 푸른빛으로 이곳을 찾는 모든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새로운 동료들,

새로운 친구들.

 

앞으로 함께하는 동안, 이곳에서 잘 지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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